전업주부에게 가계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절약과 생활비 줄이기의 시작은 결국 ‘기록’에 달려 있거든요.
수입은 없고 카드값은 늘고, 통장은 텅텅 비어가는데… 전업주부인 내가 돈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전업주부도 가계부를 써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는 저는 예전엔 ‘가계부는 수입이 있는 사람이 쓰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월급 한 푼 없는 전업주부가 무슨 돈 관리를 하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분명 월초에 생활비를 받았는데, 한 주도 안 되어 카드값은 불어나 있고, 통장은 바닥을 치고 있었거든요.
그제야 블로그, 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때 하나같이 추천하는 방법이 '가계부 쓰기'였습니다. 그분들의 경험을 통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전업주부도 가계부를 꼭 써야 한다는 것을요. 내가 직접 돈을 벌지는 않아도, 매달 수백만 원의 지출을 ‘운영’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때부터 저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부터 가계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앱을 쓰기도 하고, 노트에 쓰기도 했는데 결국엔 손으로 직접 적는 게 저한테는 제일 잘 맞았어요. 카드값, 소소한 현금 지출, 마트 영수증까지 전부 모아서 하루 단위로 기록했습니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2주 정도 지나니 제 소비패턴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어요. 특히 편의점, 택배, 간식 등 ‘한 번에 5천 원도 안 되는 돈’이 모여서 한 달에 20만 원이 넘는다는 걸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죠.
생활비 줄이기는 ‘카테고리 예산’부터 시작했어요
그다음엔 제가 실천한 절약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 바로 카테고리별 예산 설정입니다. 남편 월급에서 고정비(대출, 보험, 공과금 등)를 제하고 남은 금액을 생활비로 정한 다음, 그 생활비를 5개 항목으로 나누었어요: 식비, 생필품, 아이용품, 외식/간식, 예비비. 각 항목에 ‘최대 지출 금액’을 미리 설정해 두고, 가계부에 한 주마다 남은 금액을 적어뒀죠.
예를 들어 식비 예산을 20만 원으로 정했다면, 주간 단위로 나눠서 주 5만 원을 넘기지 않도록 계획했습니다. 장 보러 갈 땐 반드시 냉장고를 열어보고 재료를 체크한 후 필요한 목록만 작성해서 갔어요. 이 습관 하나로 충동구매를 확실히 줄일 수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외식은 한 달에 2회로 제한하고, 그 외에 아이들이 외식처럼 즐길 수 있게 집에서 플레이팅 요리나 소풍 도시락 스타일로 만들어주는 방식을 자주 시도했어요. 돈까스, 볶음밥, 미니버거 등 비싸지 않은 재료로도 아이들이 충분히 만족하더라고요.
요리를 잘해야 하는거 아니냐고요?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유튜브 보기였어요.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10만 원으로 1주일 반찬 만들기', '알뜰하게 집밥해 먹기' 등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그대로 배우고 따라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간식비가 문제였던 집, 해결한 방법은 이것
의외로 지출이 많았던 항목은 바로 간식비였습니다. 전업주부가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있다 보면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군것질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게 쌓이면 엄청난 금액이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 간식비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간식비도 별도 예산으로 떼어놓고 주 단위로 관리했어요. 주당 1만 원으로 간식비를 제한하고, 그 안에서 과일, 요거트, 간단한 간식 재료를 정해두었죠.
그리고 홈베이킹을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핫케이크, 식빵 피자, 고구마 스틱처럼 간단하지만 재미있고 건강한 간식을 만드는 시간을 갖게 되니, 군것질도 줄고 아이와의 유대감도 높아졌어요.
이때 중요한 건, 간식도 장볼 때 미리 재료를 구입해서 두고, 마트나 편의점에서 즉흥적으로 사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처음에는 아이를 데리고 장 보러 가는 시간도 의식적으로 줄였어요. 아이들로 인해서 생기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죠.
가계부를 쓰면서 느꼈던 건, 간식비는 감정소비로 연결될 때가 많다는 점이에요. 심심해서, 지쳐서, 혹은 아이가 울어서… 이런 이유로 지출이 이뤄질 때가 많았죠. 가계부로 ‘왜 이 지출이 일어났는가’를 적다 보면 소비 습관까지 돌아보게 됩니다.
가계부는 절약 그 이상의 도구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계부는 쓰다 말게 된다’고 하시죠. 사실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하지만 전업주부로서 내 손을 거쳐 나가는 돈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자각이 생기니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저는 매주 가계부 마지막 줄에 ‘이번 주 절약한 것 하나’를 꼭 적었어요. 예를 들면, “육개장 사먹는 대신 집에서 큰 냄비 끓임”, “홈쇼핑 클릭하다가 장바구니만 담고 닫음” 같은 것들이죠. 이런 습관을 통해서 저는 절약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잘하고 있다는 성취감으로 바뀌는 걸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절약한 금액은 반드시 따로 모아보는 것이에요. 저는 생활비에서 남은 금액을 ‘아이 교육비 통장’으로 옮기는데요, 지난달엔 7만 5천 원이 남았어요. 그렇게 한 달, 두 달 쌓이면 정말 뿌듯하답니다. 수입이 없다고 절약이 의미 없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생활비 줄이기란, 전업주부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가장 강력한 경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업주부라고 해서 돈 관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수입이 없기 때문에 더 꼼꼼한 가계부와 계획적인 생활비 관리가 필요한 거에요. 저처럼 오늘부터라도 지출을 ‘기록’하고, 내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것부터 도전해 보시길 바래요. 작은 절약이 쌓이면 분명히 보람 있는 변화로 돌아올 거예요.